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늘고 있는 노인전문병원이 ‘현대판 고려장’으 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 자식들은 노인병원에 부모를 맡기고 이민을 가거나 부모가 숨져도 찾지 않는다.
3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는 환자는 건강보험료가 삭감돼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병원마저 갈곳 없는 노인들에게 퇴원을 종용하고 있다.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30일 대한병원협회와 전국 25개 노인전문병원에 따르면 간병인이 필요한 장기입원 노인환자는 4500여명에 이른다.
병원측은 “ 이 가운데 20∼30%의 노인들이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밝혔다.
많게는 1300여명의 노인이 병원에 ‘버려진’ 셈이다.
경기도 A노인병원에 입원중인 환자 250여명 가운데 50여명은 올들어 한 차 례도 자식들이 찾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한 할아버지의 병이 악화돼 가족에게 연락을 했지만 자식들은 ‘돌아가시면 전화하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또 병원비를 연체한 환자의 자식들은 “다른 형제에게 물어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라는 것이다.
부산 B노인병원에서는 지난 7월 2년째 입원중이던 송모(82)씨가 지병이 악화돼 숨졌다.
송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자식들이 전혀 연락하지 않아 병원측은 사망 소식을 알릴 수 없었고,장례도 제때 치르지 못했다.수소문 끝에 자 식들은 송씨 입원 직후 모두 브라질로 이민을 떠난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사망 20여일이 지난 뒤 비로소 병원을 찾았다.
병원 관계자는 “국회의원,고 위공직자 등 충분히 집에서 모실 수 있는 사람들도 부모를 장기간 병원에 방 치하고 있다.”면서 “부모를 양로원에 모실 경우 쏟아질 따가운 시선을 피 하기 위해 노인병원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자식이 찾지 않는 ‘버림받은 노인’들은 병원측의 퇴원 요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노인을 3개월 이상 수용하면 입원료의 40%를 차지하는 ‘의학관리 료’가 건강보험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 의료보험공단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선 노인병원에 공문을 보내 장기입원 노인들의 강제 퇴원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C노인병원은 100여개의 병상 가운데 20여개가 비어 있는데도 최근 장기입원 환자 50여명에게 퇴원권고를 통보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정부가 만성질환 장기입원자가 대부분인 노인병원에 대해 일반 병원과 동일하게 보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3개월 이상 입원하면 건강보험료가 1인당 월 25만원 씩 삭감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의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박현주(25·여)씨는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버림받은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면서 “병원과 복지시설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가족 구성원간의 유대관계가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kdaily.com
대한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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