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2011년부터 "두루미 타운 만들겠다" 회원들에 선전
핵심 회원인 부동산업자, 느릅나무 출판사 인근 등 2곳 물색
5000가구 살 곳 문의… 처음 본 곳 175억, 가격 안 맞아 무산
자금 여력 물어보니 '돈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
'드루킹' 김동원(49)씨는 소액 주주 운동을 한다며 2009년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를 만들었다. 댓글 조작도 '경공모'가 중심 역할을 했다. 김씨는 이 모임 구성원들을 한곳에 모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회원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회원들 사이에선 '두루미 타운' 건설 프로젝트로 통했다. 이들의 활동 근거지였던 파주 일대 부동산과 주민을 취재한 결과, '경공모'는 이를 위해 경기도 파주 일대에 7000~8000평에 이르는 대규모 토지를 매입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세를 감안하면, 토지 매입에만 4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경공모가 이 정도 자금을 확보했거나 확보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파주 일대 집단 이주 후보지 물색
경공모 회원들과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경공모가 회원들끼리 모여 사는 집단생활 터 '두루미 타운'을 계획한 것은 2011년 무렵이다. 경공모 핵심 회원으로 알려진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씨가 토지 매입 등 실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2016년 말 파주 내 부동산을 다니며 5000가구가 머무를 수 있는 땅 7000~8000평을 문의했다. 처음 매입을 시도한 곳은 경공모 근거지로 이용되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뒤쪽에 있는 임야 대지였다. 당시 부동산 업자가 심학산을 중심으로 대지 약 2만평을 보여주자, 김씨는 "너무 비싸다"며 "7000~8000평 규모의 좀 더 싼 땅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그 부지 시세는 평당 250만원으로 7000평을 매입하려면 약 175억원이 든다.
‘경공모’ 측이 집단 거주지 후보로 알아보던 경기도 파주 문산읍 인근 부지에 수목이 우거져 있다. 이곳의 평당 시세는 60만~120만원이다. 경공모 관계자가 “5000가구가 살 땅 7000~8000평이 필요하다”며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를 찾아다녔다. /황지윤 기자
김씨가 뒤이어 알아본 땅은 출판사 사무실에서 약 20㎞ 떨어진 파주 문산읍 일대다. 이곳의 평당 시세는 심학산 일대의 절반 이하다. 평당 약 60만~120만원 수준으로 7000평을 매입하려면 42억~84억원이 든다.
경공모가 홍보했던 카페 게시 글엔 두루미 타운과 관련된 조감도를 비롯해 상점을 세우는 세세한 내용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8000평 부지에 5000가구를 지으려면 원룸을 거의 닭장처럼 지어야 한다"며 "동간 거리 등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아파트는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공모는 아직 토지를 매입하지 않았지만, '두루미 타운' 프로젝트를 최근까지도 계속 추진했다고 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김씨가 "몇 개월 전에도 땅을 찾아 달라고 문의해 왔다"며 "문산읍 쪽에 아직 구체적인 토지매매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했다.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아파트를 지으려면 토지매입 자금뿐 아니라 건설비용도 있어야 한다. 자금이 충분하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신용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시행사가 아닌 김씨 개인이 대규모 건설 계획을 밝히자,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에 대해 물으면 김씨는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한 부동산 중개 업체 직원은 "(김씨가) '우리 회원이 몇천명'이라면서 전화할 때도 이름 대신 별명 같은 걸로 불러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는 이주처로 파주를 정한 것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북 관계가 좋아져 이쪽 땅값이 많이 오를 거라 미리 사둬야 한다"고 했다. 최근 파주 지역 부동산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또 "이곳으로 6000명 정도가 이주할 건데 큰 회관 건물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경공모 회원 규모가 4500여 명이라고 했다.
경공모 회원들은 실제 가족처럼 생활을 공유했다. 주요 회원은 수년간 출판사 사무실에서 합숙했고, 일부 회원은 살던 집을 파주로 옮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가 근거지로 파주를 택한 이유는 '교하천도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교하천도론은 1600년대 조선 광해군 때 임진왜란을 겪자 도읍을 교하(지금의 파주)로 옮기자는 논의가 있었던 데서 비롯됐다. 드루킹 김씨는 평소 회원들에게 중국 도교 점술의 일종인 '자미두수'나 고대 예언서 '송하비결' 등을 설파했다.
[안상현 기자] [파주=김은경 기자] [파주=황지윤 기자]
핵심 회원인 부동산업자, 느릅나무 출판사 인근 등 2곳 물색
5000가구 살 곳 문의… 처음 본 곳 175억, 가격 안 맞아 무산
자금 여력 물어보니 '돈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
'드루킹' 김동원(49)씨는 소액 주주 운동을 한다며 2009년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를 만들었다. 댓글 조작도 '경공모'가 중심 역할을 했다. 김씨는 이 모임 구성원들을 한곳에 모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회원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회원들 사이에선 '두루미 타운' 건설 프로젝트로 통했다. 이들의 활동 근거지였던 파주 일대 부동산과 주민을 취재한 결과, '경공모'는 이를 위해 경기도 파주 일대에 7000~8000평에 이르는 대규모 토지를 매입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세를 감안하면, 토지 매입에만 4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경공모가 이 정도 자금을 확보했거나 확보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파주 일대 집단 이주 후보지 물색
경공모 회원들과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경공모가 회원들끼리 모여 사는 집단생활 터 '두루미 타운'을 계획한 것은 2011년 무렵이다. 경공모 핵심 회원으로 알려진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씨가 토지 매입 등 실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2016년 말 파주 내 부동산을 다니며 5000가구가 머무를 수 있는 땅 7000~8000평을 문의했다. 처음 매입을 시도한 곳은 경공모 근거지로 이용되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뒤쪽에 있는 임야 대지였다. 당시 부동산 업자가 심학산을 중심으로 대지 약 2만평을 보여주자, 김씨는 "너무 비싸다"며 "7000~8000평 규모의 좀 더 싼 땅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그 부지 시세는 평당 250만원으로 7000평을 매입하려면 약 175억원이 든다.

김씨가 뒤이어 알아본 땅은 출판사 사무실에서 약 20㎞ 떨어진 파주 문산읍 일대다. 이곳의 평당 시세는 심학산 일대의 절반 이하다. 평당 약 60만~120만원 수준으로 7000평을 매입하려면 42억~84억원이 든다.
경공모가 홍보했던 카페 게시 글엔 두루미 타운과 관련된 조감도를 비롯해 상점을 세우는 세세한 내용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8000평 부지에 5000가구를 지으려면 원룸을 거의 닭장처럼 지어야 한다"며 "동간 거리 등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아파트는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공모는 아직 토지를 매입하지 않았지만, '두루미 타운' 프로젝트를 최근까지도 계속 추진했다고 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김씨가 "몇 개월 전에도 땅을 찾아 달라고 문의해 왔다"며 "문산읍 쪽에 아직 구체적인 토지매매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했다.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아파트를 지으려면 토지매입 자금뿐 아니라 건설비용도 있어야 한다. 자금이 충분하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신용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시행사가 아닌 김씨 개인이 대규모 건설 계획을 밝히자,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에 대해 물으면 김씨는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한 부동산 중개 업체 직원은 "(김씨가) '우리 회원이 몇천명'이라면서 전화할 때도 이름 대신 별명 같은 걸로 불러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는 이주처로 파주를 정한 것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북 관계가 좋아져 이쪽 땅값이 많이 오를 거라 미리 사둬야 한다"고 했다. 최근 파주 지역 부동산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또 "이곳으로 6000명 정도가 이주할 건데 큰 회관 건물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경공모 회원 규모가 4500여 명이라고 했다.
경공모 회원들은 실제 가족처럼 생활을 공유했다. 주요 회원은 수년간 출판사 사무실에서 합숙했고, 일부 회원은 살던 집을 파주로 옮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가 근거지로 파주를 택한 이유는 '교하천도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교하천도론은 1600년대 조선 광해군 때 임진왜란을 겪자 도읍을 교하(지금의 파주)로 옮기자는 논의가 있었던 데서 비롯됐다. 드루킹 김씨는 평소 회원들에게 중국 도교 점술의 일종인 '자미두수'나 고대 예언서 '송하비결' 등을 설파했다.
[안상현 기자] [파주=김은경 기자] [파주=황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