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 ‘한마음愛집’ 김정숙, 양승렬 부부
만두 빚는 손길에서 느껴지는 위대한 ‘사랑의 힘’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왼쪽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선다.
얼마 후, 회색 슬레이트 지붕 밑 처마 끝에 ‘한마음애집’이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이곳은 10년 동안 정성스레 빚은 만두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김정숙, 양승렬 씨 부부의 삶터다.
가슴을 울리는 사연 속에서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 이들은 우리 이웃들, 소외된 사람들에게 만두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나눠 주고 있다. 한마음애집의 작은 문을 통해 부엌으로 들어서니 자그마한 체구의 김정숙 원장이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찾기 힘들지 않았어요? 어여쁜 아가씨네요"
초점 없는 눈,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시각장애를 가진 김정숙 원장은 걸음걸이가 약간 느릴 뿐,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없다. 김 원장의 곁에는 남편 양승렬 씨가 시설장으로 든든하게 있고, 부부 곁에는 만두를 같이 만드는 봉사자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정성의 가득 담긴 그들의 일품 만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생의 전환점 맞아
만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다.
가정에서는 주로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가족끼리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다. 그만큼 만드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한마음애집에서는 이러한 만두를 무려 100만개, 지금은 1000만개의 만두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빚은 만두도 놀랍지만 김정숙 원장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시각장애 1급 진단을 받은 것은 35살이었던 1975년도이다.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겪었고 서울의 넓은 단독주택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다복하게 살던 가족은 사고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잘 되던 남편의 사업도, 의류 도매업을 하며 남부러울 것 없던 그녀의 삶도 실명과 함께 어두워져 갔다. 그 충격에 중풍으로 시아버지는 자리에 눕게 되고 남은 재산으로 빚 정리하고 병든 시부모님을 모시고 찾아온 곳이 아는 이 하나 없는 경기도 연천군의 빈 집이었다.
"여기 와서 살면서 마음이 비워지고 편안해졌어요. 그 전에는 돈 많이 벌고 자식들 호강시키는 게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러한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나, 새삼 깨달았어요. 눈이 안 보이고 나서 오히려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더 많이 보게 되었어요."
정성으로 빚은 만두로 이웃 사랑 전파
어느 날, 양승렬 씨는 밭에서 얼어붙은 배추를 보게 되었다. 멀쩡한 배추인데 버려지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배추를 주워왔다. 부부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다듬고 그것으로 김치를 담갔고, 그 김치를 넣어서 만두를 빚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때가 1997년이었다. 처음에는 이웃에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나눠주고 그 후 사회복지시설과 군부대에 무료로 나눠주었다. 만두는 맛도 일품이어서 나날이 인기가 있었다.
그렇게 부부는 여러 시설들을 방문해 만두를 나눠주다가,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두 명 씩 노인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한 때 15명을 모시고 산적도 있었지만 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다섯 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곳은 치매나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언어장애가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한마음愛집’은 가진 것은 없지만 한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자는 뜻으로 양승렬 씨가 지은 이름이다.
도움을 받기보다, 먼저 손 내밀고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
"다음 주쯤에는 만두 3만 개를 가지고 최전방 해병대가 있는 백령도에 갈 예정입니다. 지금 부지런히 만두를 빚고 있어요"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는 김 원장의 모습이 꼭 소풍 앞둔 소녀처럼 설레어 보인다. 요즘 이들 부부의 소망은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노인들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한마음 愛집’을 짓는 것이다.
"내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바라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자신은 발전을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나를 위해서가 아닌 이웃과 더불어 좋은 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해서 그렇지 인생에는 돈이나 명예 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들이 많아요. 내가 먼저 이웃에게 손 내밀고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입니다."
김정숙, 양승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은 참 따뜻하고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음애집 전화 : 031-832-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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